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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목
<p></p><p></p><p>:::::::::::::::::::: [원글] 한서희 님이 쓰신 글입니다.::::::::::::::::::::</p><p data-start="88" data-end="251">여행을 떠난다는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. 익숙한 삶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, 느리게 주변을 바라보는 시간이다.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일본 교토. 고즈넉한 분위기와 천년 고도의 흔적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 도시는, 생각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,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.</p> <h4 data-start="253" data-end="272">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도시</h4> <p data-start="274" data-end="431">교토에 도착한 첫날, 나는 일부러 유명 관광지를 피했다. 대신 지도를 접고 그냥 골목을 따라 걷기로 했다. 골목의 돌길은 다소 울퉁불퉁했고, 오래된 나무 기둥 사이로는 자전거를 탄 학생들과 수레를 미는 노인이 지나갔다. 어쩌면 사람들의 생활이, 가장 그 도시다운 풍경일지도 모른다.</p> <p data-start="433" data-end="536">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, 커다란 사원 앞마당엔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는 노승이 있었다. 아무 말 없이 이어지는 그 손놀림 하나에도 묘한 집중이 느껴졌다.</p> <h4 data-start="538" data-end="558">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돌계단</h4> <p data-start="560" data-end="719">점심 무렵이 되어 기요미즈데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. 언덕 위로 이어진 길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, 한 켠에는 작은 찻집과 전통 공예 가게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. 어느 가게 앞에서는 직접 만든 유리잔을 굽고 있었고, 또 어떤 가게는 손수 그린 그림엽서를 진열해 놓고 있었다.</p> <p data-start="721" data-end="863">기요미즈데라에 도착하자 넓은 나무 데크 위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.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 아래로 펼쳐진 교토 시내의 풍경이었다. 낮은 건물들이 이어지고, 그 사이로 단풍이 물든 언덕들이 겹겹이 보였다. 마치 수묵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.</p> <h4 data-start="865" data-end="880">이름 모를 찻집에서</h4> <p data-start="882" data-end="1011">하산하던 중,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작은 찻집 하나를 발견했다. 외관은 허름했지만 문을 열자 은은한 말차 향이 퍼졌다.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, 손글씨로 적힌 <a href="https://www.ssalba.co.kr" target="_self">호빠</a>메뉴판에는 오직 두 가지 메뉴만 있었다. 따뜻한 말차와 계절 화과자.</p> <p data-start="1013" data-end="1109">차를 마시는 동안 창밖에서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.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불편하지 않았다. 오히려 그 고요함이 더 큰 위로처럼 다가왔다.</p> <h4 data-start="1111" data-end="1130">낯선 곳에서 삶을 바라보다</h4> <p data-start="1132" data-end="1245">여행지에서 꼭 특별한 장소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. 때론 한 도시의 평범한 하루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. 교토는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었다. 천천히 걷고, 천천히 보고, 천천히 느끼라고.</p> <p data-start="1247" data-end="1363">이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조용함 속에 있다. 겉으로는 단정하고 차분하지만, 그 안엔 시간이 축적한 서사가 고요히 흐른다. 언뜻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, 마음을 열고 보면 너무 많은 것이 담겨 있다.</p> <h4 data-start="1365" data-end="1382">여행이 끝나고 남는 것</h4> <p data-start="1384" data-end="1511">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, 나는 어떤 사진보다도 선명하게 남은 장면들을 떠올렸다. 찻잔의 온기, 종이등이 흔들리는 골목, 아침에 들었던 풍경 소리. 그것들은 어디에도 저장되어 있지 않지만, 어쩌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들이다.</p> <p data-start="1513" data-end="1562">여행은 그런 것이다.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, 우연히 마주친 장면이 전부가 되는 시간.</p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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